권력의 루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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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에 맞춰 대체 권력이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일단 먼저 든 생각은 권력이라는 건 발에 채이도록 어디에나 있는데 대체 무엇에서 비롯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은 ‘나 이제 권력가!’ 선언한다고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돈 주고 사는 것도 아니고 누가에서 ‘님 권력 가지셈ㅇㅇ’ 하고 준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며 장차 대통령이 되실 분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닐 것이다. (보통은 아니다.)

일단은 ‘선거로 비롯된다’, 가 무난하기는 한데 이건 사실 아주 최근에서야 당연시 된 민주주의라는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야 정립된 인위적인 시스템이다. 권력이라는 건 고대 아테네서 도자기 파편으로 투표하던 시절 따위는 훌쩍 뛰어넘고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렌시스랑 경쟁하던 시절부터 있었던 게 거의 분명하다. 태초에 권력이 있으라 했던 수준으로 말이다.

그 옛날부터 있었던 이 놈은 암만 생각해도 어디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냥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존재한다. 그나마 고민을 하자면 ‘다들이 대충 거기 쯤에 있다고 믿으니까 그냥 거기 쯤에 있게 되어버린’ 것 같은데… 그런 거의 종교적이기까지 한 ‘대규모 믿음’이 권력이라고 생각할수면 이건 참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없는 아이러니한 허상이 아닌가?

아무튼 어찌저찌 발생한 이 권력이라는 게 대체 뭐라고 다들 이거에 환장하는지 싶어서 그 정의를 생각해 본다. 대충 ‘주변 인물 또는 단체가 어지간해선 안 할 짓을 하게 만드는, 혹은 그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믿도록 만드는 영향력’ 정도가 무난한 정의겠다.

근데 이 두가지 생각이 맞다면 루프가 걸려버린다.

(1) 대중은 권력이 어디엔가는 있다고 믿음.
(2) 권력은 사실 허상이나 (1)에 의해 실존하게 됨.
(3) 권력가는 (2)에 의해서 발생한 권력의 근원지로 ‘믿어지는’ 인물.
(4) 그래서 (3)에 의해 졸지에 권력가가 된 인물이 권력을 휘두른다.
(5) 대중: 거봐 권력 진짜 있잖아 저 사람 권력 휘두르는 거 안 보임?
(6) (1)로 루프.

이상의 루프가 문명이 태동했을 때… 아니 가족이라는 게 형성되었을 때 부터 눈덩이처럼 굴러가게 되어서 당시 주먹만하던 눈덩이가 지금 n만년째 구른 결과 지금은 토성만하게 커져버려서 이게 지금 와서는 너무 당연한 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여기에 이르러 현인류는 노답이고 트랜스 휴머니즘 혁명이라도 일어나서 신인류의 유토피아가 도래해야 한다는 급진적 사상이 뇌에 스며드는 것 같아서 일단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One thought on “권력의 루프에 대하여.

  1. 하늘
    29/10/2018 at 22:51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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