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하키 단일팀에 대해.

이번 올림픽에 대해 스키장 빨리 폐장한 것으로 악감정이 아주 조금 많이 심해 안 그래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는 있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이게 뭐하는 짓인가’싶은 것은 단연 <여자 하키 단일팀>이다.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정신, 특히 올림픽은 예전부터 평화와 화합과 단합과 뭐 그런 것들의 상징이었으니까. 물론 단일팀을 한다고 대북관계 이런 치밀한 정치공학적 문제가 해결이 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선전하기 좋은 아이템이기는 하다.

부차적인 문제야 있다. 뻔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단일팀으로 합쳐지면 그 만큼 국가대표 티오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엔트리를 과하게 잡아도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다. 당연한 수순으로 그 덕에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들에게 보상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개인 입장에서 아무리 보상을 잘 해 줘도 정치적인 이유로 국가대표 명예가 잘린 건 참으로 ㅈ 같은 일일 터. 나 같으면 최소한 강남에 소박한 건물 하나는 해 줘야 참을만 할 것이다. 그것 하나만을 위해 노력해 왔을 텐데 무슨 날벼락인가? 노력이 물거품되었다거나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얻지 못했다는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하키 선수에게 하키는 인생이다. 그 인생을 앗아갔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그런데 더 아니꼬운 것은 이걸 하필 여자하키대표팀‘만’ 건드린다는 거다. 그야 동계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할만한 팀스포츠는 하키, 컬링, 봅슬레이가 전부기는 하다. 그 세 종목을 남자부/여자부로 나누어 총 6개 종목 중 북한이 그나마 도전할 만 한 게 여자하키기도 하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종목은 고려조차 없이 무조건 여자 하키 단일팀인 건 그냥 그게 제일 ‘만만해서’ 아니겠나. 컬링이나 봅슬레이는 남한도 인프라랄게 없는데 북한까지 챙겨줄 수는 없다. (북한에 컬링이나 봅슬레이 선수가 단 한명이라도 있는지조차 회의적이다.) 남자 하키는 어쨌든 동계올림픽의 주수입원이자 압도적인 인기종목이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한답시고 귀화시킨 외국인 선수도 많으니 건드리기엔 걸린 게 너무 많았겠지. 결국 남는 ‘만만한’ 종목은 여자하키뿐이다.

그래, 논리는 알겠다. 알겠는데. ‘하키’라서 만만하고, ‘여자’라서 만만하니까 그런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여자하키대표팀 선수 개개인의 의견이 어떤지 높으신 분들께는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더더욱 실망스럽다. 이들의 의견이나 인터뷰는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이정도?

단일팀으로 평화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으면 화끈하게 전 종목 단일팀을 했으면 차라리 그 결단력에 감탄해서 박수라도 쳤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아예 말던가. 아니면 차라리 피겨 남녀 듀엣으로 남남북녀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던가. 생각만 해도 정말 아름답다. 전쟁과 이념차를 넘어선 남북의 커플이 은반 위에서 함께 춤을 춘다니.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피겨는 개인종목이라 그나마 선수 개개인의 피해가 덜하다. 남남북녀 피겨로 자력으로 진출권 따 낼지 혹시 모르잖아. 지금부터 연습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니 하키는 안 그래? 하키는 그냥 스케이트 타면서 스틱 휘두를 줄 알면 되는 종목이야?

+사족.
통일의 타이밍은 놓쳤다고 본다. 통일을 갈망하던 세대는 이제 곧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통일을 갈망하긴커녕 ‘군복무기간 줄이고싶’나 ‘신박한 김정은 짤방 없나’에 더 몰두하기 마련이다. 당장의 먹고사니즘조차 해결이 안 되는데 통일이라는 부담을 지금의 젊은 세대 내지는 미래의 세대가 짊어질 이유가 없다. 분열된 나라야 역사적으로 수도 없이 많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언젠가 수교가 되어서 차타고 중국까지 갈 수 있게만 되면 만족하겠다.

One thought on “여자 하키 단일팀에 대해.

  1. ㅇㅇ
    26/02/2018 at 09:24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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